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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분만 준비 중, 급작스러운 응급제왕으로 출산

하나은. 2024. 10. 15.

지난 포스팅에서 36주 차에 퇴원을 했다는 글을 작성했었는데요.(예정일은 21년 1월 25일 / 퇴원은 20년 12월 28일)

임신기간 크리스마스를 병원에서 보내면서 출산이 임박했음을 느끼고 자연분만 호흡법을 유튜브로 그렇게 연습을 했었더랬죠. + 퇴원 후 집에 와서도 틈틈이 자연분만 호흡법을 익숙하게 만든다며 연습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그래서 제가, 무탈히 자연분만을 해냈을까요?

 

제목에서 보듯이 저는 역시나 순탄치 않은 임신기간의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21년을 하루 앞두고, 이슬이 비췄다.

병원에서 퇴원 후 열심히 배냇저고리, 손수건 등등을 세탁해서 정리해 두면서 2020년의 마지막날을 맞았어요.

20년의 마지막 만찬을 먹으려고 남편이 음식을 준비해 주었죠.

근데 그때 제가 화장실을 다녀왔었는데 속옷에 갈색 분비물이 50원짜리 두 개 정도의 넓이만큼 묻어있던 걸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이슬?!?!?!?!?!

 

놀라서 병원에 전화했어요. 그랬더니 병원에서도 이슬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주기적으로 진통이 있는지 물어보셔서 규칙적인 진통은 없다고 했더니 이제 곧 진통이 있을 수도 있다며 혹시 모르니 병원에 올 수 있으면 오라고 하셨어요.

 

음.... 근데 진통이 너무 없기도 하고, 복덩이도 잘 움직이고 있어서..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어요... 사실 지금 아기가 나온다면 12월 31일생.

그냥 하루 만에 한 살을 먹게 되는 거라 제발 조금만 늦게 나와라.. 하면서 복덩이에게 계속 이야기했던 거 같아요.

 

정기검진 2일 전, 혹시나 병원 가보기

21년 1월 1일. 새해가 밝았어요.

근데 다행히 진통도 없고, 복덩이도 잘 움직이고 있었어요.

그리고 1월 1일이라 제 담당의사 선생님께서 병원에 계시지 않기도 해서 병원은 가지 않기로 결정했었어요.

대신 원래라면 그다음 주(1월 4일)가 검진일인데 혹시 모르니 내일(21년 1월 2일) 병원에 가보자고 남편과 이야기를 했던 거 같아요.

 

그러면서 시간 있을 때 출산가방을 싸두자며 부랴부랴 출산가방도 싸두었었네요.

몇 번 입원을 했더니 짐 싸는 게 크게 어렵진 않았던 거 같아요.ㅎㅎ

1월 2일. 토요일이라 환자들이 많을 거 같아 일찍 준비를 해서 병원에 도착해 혈압, 체중을 재고 소변검사도 하고, 수축검사까지 했어요. 다행히 수축이 1도 없어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검진을 받으러 들어갔었었죠.

 

초음파를 보는데 복덩이 심장소리 체크 중 선생님께서 부정맥이 조금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심장이 약하게, 느리게 뛰고 있다는 말씀도 덧붙이셨어요.

몇 차례를 다시 재보았어요.

근데 몸무게도 저번보다 줄고, 지금도 탯줄을 한 번 감고 있다며 조금 불안하다고 하셨네요.

임산부-초음파
사진: Unsplash 의 Volodymyr Hryshchenko

 

아기가 탯줄을 감고 있다구요!

엄마인 저는 당황할 수밖에요.

심장이 느리게 뛰고 있고, 몸무게도 줄어들어 있고...

우리 복덩이 잘 크고 있는 거 맞는 건가?? 싶은 생각에 얼마나 걱정되던지...

의사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복덩이가 탯줄도 감고 있고, 태반 환경이 썩 좋지 않아 영양분을 잘 못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그동안은 심장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희박하지만 선천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응급제왕을 이야기하시더라구요.

네?? 응급제왕이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응급제왕이라뇨....

남편과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말씀드리니 간호사 선생님께서는 '이건 고민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애가 탯줄을 감고 있다고요!'라고 말씀하셨네요.

 

생각지도 못한 응급제왕. 그리고 출산

그렇게 저는 수술대로 가게 되었어요.

당연히 자연분만을 할 거라고 생각해서 전날까지 자연분만 호흡법 유튜브를 보고 있던 제가. 수술대에 눕게 되었습니다.

제왕은 1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어서 알고 있는 게 거의 없는데 수술 전 간호사가 무통주사, 페인부스터, 연고 등등.. 떨고 있는 저에게 이런 걸 할 건지 말건지를 물어보셨어요.

그냥.. 하면 좋은 거라니 '네, 네'만 했던 거 같아요. 수술하는 곳은 수축 때문에 분만실에 와서 초음파를 봤던 곳과는 다른 방이었어요.

 

왼쪽 팔에 주사들을 맞고, 왼쪽을 바라보고 무릎을 가슴 쪽으로 끌어올려 몸을 둥글게 말은 상태에서 척추 쪽에 마취 주사를 몇 방이나 맞았었어요.

그리고는 큰 천으로 배 아래를 가려서 보지 못했지만 제모를 하고, 소변줄을 꽂는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아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지 수치심 같은 건 느낄 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일련의 과정을 지나 마취 선생님께서 머리 위쪽으로 산소마스크를 씌워주셔서 그 뒤로는 '잘될 거야. 건강하게 만나자'  뭐 이런 생각들만 했던 거 같아요. 

수술이 시작된 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간호사분이 '아기 나와요!'라고 하는 게 아니시겠어요??? 네??? 벌써요???????

 

그렇게 울음소리가 크게 들리고, 복덩이는 얼굴을 보여줬어요... 힝... 감격...ㅠㅠ

그때의 기분을 정말 말로 표현하지 못할 거 같아요.

그리고 회복실에서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깨어나니 제가 지낼 방에 와 있더라고요.

아기-출산

생각지도 못했던 응급제왕과 출산.

그래도 다행히 복덩이는 20년 12월 31일생이 아닌 1월 2일생 아기가 되었답니다.

37주 5일 만에. 조금 일찍 태어난 복덩이.

순탄치 않은 임신과 출산 과정이었지만 그래도 지금 현재, 아주 무럭무럭 잘 커주고 있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제왕절개 수술 후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글을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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